JPX가 그렸던 나스닥 인수 구상, 지금도 남아 있는 제도적 장벽
한미 공동 시장 구상
2013년 도쿄증권거래소와 오사카증권거래소 합병 직후, 일본거래소그룹(JPX)은 미국 나스닥 인수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었다. 당시 그룹 최고경영자(CEO)였던 사이토 아츠시 씨는 금융청 장관이던 하타나카 류타로 씨에게도 이 계획을 전했지만, 정식 제안에 이르기 전에 무산됐다.
목적은 미국의 테크 주식을 일본 투자자들이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었다. 나스닥과 도쿄증권거래소가 주요 100개 종목을 모아 한미 공동의 새 시장을 구상했지만, 미국 컨설팅회사의 검증 결과 ‘증권거래소는 국경을 넘을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스마트폰 거래의 시대
사이토 씨는 당시 ‘머지않아 투자자들이 손에 쥔 스마트폰 화면에서 전 세계의 모든 종목을 사고팔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 예측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현실성을 띠었다. 거래소가 해외 시장 인수를 서두르지 않더라도 거래시간 연장으로 전 세계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고 있다.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12월 6일부터 거래시간을 하루 23시간으로 연장한다. 목적은 낮과 밤이 반대인 아시아, 특히 일본 투자자를 미국 주식으로 끌어들이는 데 있다. 빅테크를 중심으로 한 미국 주식은 일본 개인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미국의 소프트파워이기도 하다.
거래시간 연장의 한계
국내에서는 개별 주식의 거래시간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인터넷 증권사를 중심으로 과거에도 같은 논의가 반복돼 왔다. 한국거래소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인 거래시간을 12시간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내놓았고, 홍콩거래소에서도 점심시간 폐지와 야간거래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개별 주식의 거래시간을 늘리는 데는 부담도 있다. 주가지수 선물이나 상장지수펀드(ETF)와 달리 개별 주식은 상장기업 그 자체다. 상장사 3700곳이 적시공시와 투자자 대응에 쫓기면서 업무시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거래 증가가 비용에 상응하는지 신중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기업가치와 투자 매력을 높이지 않은 채 거래시간만 늘려서는 매매가 얇게 넓게 분산될 뿐일 수 있다. 오히려 도쿄증권거래소와 상장기업이 손봐야 할 부분은 100주 단위로만 거래할 수 있는 일본 고유의 단위주 제도다. 미국 주식처럼 1주부터 살 수 있는 환경이 넓어지면 젊은층을 중심으로 일본 주식 이탈이 진행될 우려도 있다.
사이토 씨는 과거 ‘거래소는 채소 가게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거래소의 고객은 상장기업이 아니라 투자자이며, 진열대의 상품인 기업의 구색과 질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단위주 제도가 남아 있는 도쿄증권거래소는 1개씩 파는 채소 가게가 아니라 100개 단위로 채소를 취급하는 도매업자에 가깝다. 여기에 1개부터 살 수 있는 해외 채소를 진열하는 나스닥이 들어온다면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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