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정권, 식료품 감세 재원 확보 위해 연 5조엔 규모 조율
재원과 시장의 시선
다카이치 정권은 2027년 4월부터 2년간에 한해 시행하는 식료품 소비세 감세를 둘러싸고 연 5조엔 규모의 재원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 한시 감세를 먼저 추진한 뒤 재원 논의가 따라가지 못했던 과거 정권 운영을 고려하면, 충분한 준비 없는 출발은 국민의 불신을 부를 수 있다.
정부가 감세 방침을 정한 5일, 경제계 회의에서는 재정 운용에 대한 우려가 잇따랐다. '1%에서 8%로 단번에 되돌리기는 어렵다', '재원을 명시해 주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등의 목소리가 나왔고, 장기금리 상승을 경계하는 시각도 확산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소비세 감세를 소득 연동형의 새로운 급부 제도를 2029년도에 본격 도입하기 전까지의 가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자신의 책임으로 감세 시작 2년 뒤 세율을 되돌리겠다는 생각을 보이는 한편, 재원은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특례공채에 의존하지 않고 확보해 나가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조세특별조치와 보조금 재검토, 외국환자금특별회계 잉여금 등 세외수입 활용을 거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앞으로 다듬어야 하는 단계다.
과거 감세와 정권 운영
버블 붕괴 이후 역대 정권은 경기 부양책으로 감세를 반복해 왔다. 다만 기한과 재원을 둘러싼 방침이 흔들리면서 정권 부양으로 이어지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다. 결국 적자국채로 버틴 경우도 있었다.
비자민 연립의 호소카와 모리히로 정권은 1994년 2월 소비세를 세율 7%의 '국민복지세'로 바꾸는 구상을 갑자기 내놓았다. 소득세와 주민세를 중심으로 총 6조엔 규모의 감세를 먼저 시행하는 방안도 포함됐지만, 여당 내부 반발로 구상은 철회됐다. 소득세와 주민세의 특별감세는 남았지만, 호소카와 정권은 같은 해 4월 퇴진했다.
같은 해 6월 출범한 자민당, 사회당, 신당 사키가케의 연립정권에서는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소득세 감세를 계속했다. 감세를 선행한 뒤 1997년 소비세율 인상으로 부족분을 메우는 증감세 일괄 처리 방식을 채택했다. 소비세 증세 전인 1994~1996년도에는 상환 기간이 짧은 감세특례공채를 총 8조엔가량 발행해 이어갔다.
하시모토 류타로 정권에서는 1997년 아시아 통화위기와 야마이치증권의 경영 파탄까지 겹치면서 감세 정책의 혼선이 두드러졌다. 1997년 12월 소득세와 주민세에서 총 2조엔 규모의 특별감세를 표명해 이듬해인 1998년 2월 시행했지만, 같은 해 4월에는 다시 2조엔 규모를 추가했다. 1998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는 항구적인 세제 개혁을 언급했으나 이후 발언을 수정하는 등 설명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자민당은 불신을 해소하지 못했고, 패배와 퇴진으로 이어졌다.
이후 오부치 게이조 총리는 기한을 정하지 않는 항구적 감세로 소득세를 일률적으로 20% 낮추는 정률감세를 1999년에 시작했다. 적자국채 발행액은 이 무렵부터 눈에 띄게 늘었고, 정률감세는 제1차 아베 신조 정권 아래 2007년까지 8년간 이어졌다.
다카이치 정권의 과제
최근에는 2023년 10월 당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세수 증가분의 국민 환원'을 내걸고 소득세와 주민세 감세를 주도했다. 2022년도까지 2년간 늘어난 세수를 충당하겠다고 설명했지만, 방위 증세 연기도 겹치면서 눈앞의 부담 경감에 치우쳤다는 시각이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2023년 10월 여론조사에서는 물가 상승 대책으로 '적절하다'는 응답이 24%에 그쳐 이해가 확산되지 않았다. 내각 지지율은 같은 해 12월 이후 20%대에 머물렀고, 2024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하기로 했다.
다카이치 정권은 2040년도까지 전략 17개 분야에 민관 합계 370조엔을 투입하는 성장전략을 그리고 있다. 연말에는 안보 관련 3개 문서를 개정하고 방위비의 새로운 증액 계획도 마련한다. 세출 확대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식료품 감세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초점이 된다.
정부와 여당 내에서는 외환특회 잉여금을 충당하는 방안도 부상하고 있지만, 방위비 증액 재원으로도 쓰고 있어 조율이 쉽지 않다. 2027년 자민당 총재 선거와 2028년 참의원 선거를 염두에 둔 판단도 피할 수 없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최근 몇 년간 관례처럼 편성됐던 10조엔 초과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은 편성하지 않을 방침이며, 소비세 감세에 필요한 재원은 그보다 작다고 지적한다. 다카이치 총리는 추가경정예산 의존형 재정 운용에서 벗어나겠다고 내걸고, 세출을 줄이면 신규 국채 발행액을 전년도보다 억제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인다. 다만 7월 하순 발생한 구마모토 지진을 계기로 가을 임시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여야에서 커지고 있다. 자민당 내에는 '특례공채 발행을 늘리지 않고 어떻게 꾸려 나갈 것인가'라는 의문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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