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원자력 협정, 이스라엘 국교 정상화가 완전 조건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원자력 협정에 대해 이스라엘과의 국교 정상화를 '완전한 조건'으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국교 수립을 촉진하는 '아브라함 협정' 참여를 요구하는 형태로, 기존의 분리 방침을 바꿨다.
사우디, 정상화에 신중
사우디는 그동안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위한 로드맵에 합의하지 않는 한 '아브라함 협정'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가자 침공을 계기로 반이스라엘 여론이 강해지고 있어, 이스라엘과의 국교 정상화를 조건으로 하는 요구는 여전히 높은 장벽으로 남아 있다. 협정 실현은 더 불투명해질 수 있다.
핵 협정과 외교 협상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2일 사우디와 민간용 원자력 협정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기업들이 사우디에서 원자력 인프라 개발을 진행하는 내용으로,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23일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조건을 확인했다. 대변인은 '트럼프는 '사우디가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하지 않으면 이 협정은 백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하며 앞으로도 사우디 측과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우디는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 이슬람 조직 하마스의 충돌이 시작된 이후 이스라엘과의 국교 정상화에 더욱 신중해졌다. 가자 침공으로 팔레스타인인 희생이 늘고 국내 반이스라엘 여론이 빠르게 확산됐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당초 원자력 협정 협상과 아브라함 협정을 연계했지만, 사우디의 입장 변화를 반영해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에는 양자를 분리했다.
배경에 핵 우려
트럼프가 방침을 바꾼 배경에는 사우디의 핵무장을 우려하는 이스라엘과 친이스라엘 성향의 공화당 의원들의 반발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23일 협정은 '비군사적 목적의 사용'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강조했지만, 사우디는 과거 핵무기 개발 가능성에 언급한 적이 있다.
미국에서는 다른 나라와의 원자력 협정에 의회 심의가 필요하다. 사우디와의 아브라함 협정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협정 심의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사우디가 현시점에서 이스라엘과 국교를 정상화할 가능성은 낮다.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가 2025년 8월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사우디인 99%는 이스라엘과의 '정상적 관계와 평화 수립'을 '진전'이 아니라 '후퇴'라고 답했다.
양국 사이에는 불만도 남아 있다. 가자에서의 이스라엘 군사행동을 미국이 충분히 억제하지 못했다는 실망이 크고, 대이란 문제에서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이익을 우선시해 걸프의 안보가 희생됐다는 인식도 있다. 사우디는 이란 전략도 미묘하게 조정하고 있으며, 이스라엘과의 연계보다 이란과의 장기적 관계를 더 중시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5월에는 이란을 포함한 '지역의 포괄적 불가침 조약'을 맺는 구상으로 관련국들과 협의를 시작했다고 보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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