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가 스마트폰을 웃도는 경제권으로
거액 투자가 일상화
인공지능(AI)용 데이터센터가 스마트폰을 뛰어넘는 거대한 경제권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최첨단 AI 서버는 부품 수가 자동차의 40배를 넘고, 관련 산업도 반도체에만 그치지 않는다. 산업사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규모의 투자가 비즈니스의 상식을 바꾸는 '데이터센터 이코노미'의 도래를 보여주고 있다.
7월 초, 가와사키시의 오피스 빌딩 회의실에서 도시바 디바이스&스토리지에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사업을 담당하는 야마모토 세이 매니저는 미국 거래처로부터 '스토리지가 전혀 부족하다'는 압박을 받았다. 상대는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의 임원으로 데이터센터용 제품 조달 책임자였다. 야마모토 씨가 HDD 수요가 2할 정도 늘어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자 상대는 '그 정도가 아니다'라고 응답하며 대규모 조달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1곳당 연간 수십조원을 AI용 데이터센터 정비에 투입한다. 미국 조사기관 델오로 그룹에 따르면 세계 데이터센터 연간 투자액은 2026년에 1조3000억달러, 약 2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1조달러를 넘는 투자액은 약 10년 동안 인류를 달로 보낸 아폴로 계획의 4배 이상에 해당한다. 데이터센터는 이 규모의 자금을 고작 1년 만에 소화한다.
공급망은 반도체에서 건설까지
2010년대부터 이어진 디지털 혁명의 주역은 스마트폰에서 데이터센터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 그랜드뷰 리서치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이용 기업과 관련 서비스의 시장 규모는 33년에 전 세계 9022억달러로, 25년보다 2.4배 확대된다. 스마트폰 시장은 25년 기준 5376억달러로 데이터센터를 웃돌지만 33년에는 7491억달러에 그쳐 역전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는 겉보기에는 AI를 수용하는 서버 집합체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지만, 공급망은 넓다.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은 주로 미국 엔비디아가 만드는 그래픽처리반도체(GPU)다. GPU는 CPU(중앙처리장치)와 함께 도마만 한 크기의 칩에 탑재돼 서버 트레이에 올린 뒤 랙에 넣는다. 높이 약 2미터, 무게 약 1.8톤의 서버 랙은 미국에서 인기 있는 대형차 픽업트럭에 맞먹는 무게다.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서버 '베라 루빈'은 한 랙에 72개의 GPU 칩을 탑재하며, 랙당 부품 수는 130만개에 이른다. 자동차의 부품 수는 1대당 3만개 안팎으로 알려져 있어 AI 서버는 자동차의 약 43배에 달하는 부품을 안고 있는 셈이다. 개발 주기도 수년 단위에서 연 단위로 짧아지고 있다. 베라 루빈 서버는 이전 모델보다 부품 수가 약 2.2배 많아 세대교체 때마다 성능과 복잡성이 커지고 있다.
특수 수요는 핵심 부품에서 주변으로
AI 공급망에서 가장 먼저 수요가 급증한 것은 엔비디아의 GPU였다. 이어 고성능 메모리 HBM과 CPU로 수요가 퍼졌고, HBM 수급난을 배경으로 키오시아홀딩스가 만드는 NAND를 사용하는 저장장치 SSD에도 관심이 쏠렸다. 핵심 부품에서부터 차례로 특수 수요가 파급되는 구조다.
다음으로 기대가 커지는 것은 더 주변의 부자재다. 미국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AI 서버 1대에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가 44만개 필요하며, 기존 서버의 10~15배에 달한다. MLCC를 만드는 무라타제작소와 타이요유덴은 AI 수요 기대에 주가가 한때 상승했다.
관련 업종은 반도체와 전자부품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전력 인프라, 냉각 장비, 데이터센터의 설계와 운영에 관여하는 건설과 부동산에도 사업 기회가 넓어진다. 디지털 제품에서 혜택이 적었던 업종까지 투자 물결이 번지고 있다.
일본에서도 현재 시가총액 상위 10개사 가운데 키오시아, 소프트뱅크그룹, 도쿄일렉트론, 히타치제작소, 어드반테스트 등 5곳이 데이터센터 관련 종목이다. 영향은 국내 시장에도 미치고 있다.
일본 기업을 둘러싼 쟁탈전
미네베아미쓰미는 베어링 생산능력을 현재 월 4억개에서 30년까지 5억개 이상으로 끌어올린다. 동남아시아 기존 공장에 500억엔을 투입해 새 건물을 짓는 계획이다. 가이나마 유히사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데이터센터용 베어링 매출은 3~4년 전의 약 3배로 급증했다'고 말하며 당초 26년 말로 잡았던 착공 시기를 1년 앞당겼다.
이종업계의 진입도 잇따른다. 자동차용 배관 부품을 만드는 산오공업은 AI 서버 냉각에 필요한 부품을 개발해 판매를 시작했다. 냉각시스템사업 추진부장의 오오가키 마사히로 씨는 같은 종류의 부품이라도 '데이터센터용이라면 자동차용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다'고 밝혔다.
산오공업은 일본 자동차 제조사의 부진을 반영해 중국 공장에서의 일본차용 생산을 정점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까지 줄였다. 일부 공장 폐쇄도 결정했다. 남는 생산능력을 데이터센터용 부품으로 돌릴 방침으로,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저하가 진행되는 가운데 공급업체들은 AI용 사업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승자독식 경쟁
19세기의 철도망, 20세기 초의 송전망은 수십 년에 걸쳐 각지로 퍼졌다. 반면 AI 혁명을 뒷받침하는 데이터센터 투자는 짧은 기간에 지구 규모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과열 투자에 대한 우려에 대해 미국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CEO는 '투자 부족은 과잉 투자보다 훨씬 더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철도와 전력, 인터넷을 깔던 시기에는 많은 사업자가 뛰어들었지만 투자를 주저한 기업들은 도태된 역사가 있다.
'광기인가, 정상이냐'를 둘러싼 논쟁과 무관하게 빅테크 기업들은 승자독식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데이터센터 이코노미가 낳는 구조 변화를 위험이 아니라 다음 시대를 여는 기회로 볼 수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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