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개입으로 앤스로픽, 첨단 AI 제공 중단
미 앤스로픽은 12일 첨단 AI '클로드·뮤토스' 등의 제공을 중단했다. 미국 정부가 안보상의 이유로 외국인의 이용을 막도록 수출통제 제도를 근거로 개입했기 때문이다. 사이버 대응에서 AI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개발을 주도하는 기업과 미국 정부의 대립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뮤토스와 페이블 제공 중단
앤스로픽은 이날 사이버 방어용 뮤토스와 일반용 '페이블'의 제공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두 모델 모두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갖춘 AI 모델로, 뮤토스는 일본과 미국 등 약 15개국의 200개 기업·조직, 페이블은 소비자와 기업이 이용해 왔다. 더 성능이 낮은 '오퍼스' 등 모델은 계속 제공한다.
회사에 따르면 12일 정부로부터 서한이 도착해 외국인의 뮤토스와 페이블 이용을 중단하라고 명령받았다. 미국 안팎의 모든 외국인과 자사 외국 국적 직원의 이용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이에 따라 외국인에 한정하지 않고 전 세계 고객에 대한 제공을 중단했다고 한다.
이례적인 제공 중단 명령
AI의 기반 기술인 모델에 대해 기업이 공개한 뒤 미국 정부가 수출통제를 활용해 제공 중단을 명령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고도화된 AI의 악용에 따른 사회적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한층 강경한 대응에 나섰다. 군사 전용도 가능한 만큼 AI가 국가의 전략 자산이 되고 있다는 점도 개입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뮤토스는 시스템 취약점을 찾아내는 능력이 높아 이용 중단이 길어질 경우 전 세계 사이버 방어 노력에 차질이 생길 우려도 있다. 정부와 금융기관, 인프라 기업 등은 이런 고성능 AI를 활용해 기존 시스템의 결함 수정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한 세대 앞선 모델인 '뮤토스·프리뷰'가 이용 중단 대상에 포함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일본 3대 메가뱅크와 히타치제작소 등은 이 모델의 활용을 막 시작한 단계였다.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은 X(옛 트위터)에 '현시점에서 한일 재무부 간에 이해하고 있는 상황에 변화는 없다'고 올렸다.
공개 후 개입, 갈등 격화
앤스로픽은 4월 뮤토스를 발표했지만, 성능이 뛰어난 만큼 사이버 공격 등 악용 위험을 우려해 자체 판단으로 일반 공개는 하지 않았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기존에 AI 개발 추진을 중시하고 규제에는 신중했으나, 첨단 AI의 등장에 따라 비개입 노선을 수정해 왔다.
회사는 미국 정부와 협의를 거듭해 6월 2일 뮤토스의 제공 대상을 일본 등으로도 확대했다. 안전장치를 더해 9일에는 페이블을 공개했지만, 이번에는 이 페이블을 둘러싸고 안전장치를 우회해 사이버 공격에 부정 사용될 수 있는 '허점'이 정부 측에 지적된 것이 중단의 발단이 됐다.
앤스로픽은 부정 행위의 심각성은 낮고 안전성에도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며 정부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오해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기 제공 재개를 목표로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미 국방부도 수출통제에 관여
앤스로픽은 4월 이후 베선트 미 재무장관 등 행정부 고위 인사들과 빈번히 연락을 취해 왔다. 관계자에 따르면 페이블도 공개 전 미 상무부 산하 기관에서 안전성 확인을 받았다. 다만 AI는 군사 전용이 가능한 기술인 만큼 미 국방부 등 다른 부처도 수출통제에 관여한다.
백악관은 이전부터 외국 기업 등이 앤스로픽의 첨단 AI를 이용하는 데 난색을 보여 왔다. 중국 등을 염두에 둔 AI 경쟁 우위 약화 우려와 함께 연산 자원을 미국 측이 우선적으로 쓰고 싶어 하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 첨단 AI의 안전성을 미국 정부가 사전 점검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지만, 공개 후 개입은 회사로서도 예상 밖이었다.
원래부터 불씨를 안고 있던 관계
앤스로픽과 미국 정부는 이전부터 대립 요인을 안고 있었다. 미군용 AI의 활용 범위를 둘러싼 갈등으로 2월 국방부가 회사를 공급망 안보 위험으로 지목했다. 협상이 결렬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한때 정부 전체에서 회사를 배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회사는 3월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소송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행정부 내부나 트럼프 대통령에 가까운 투자자들 사이에는 규제 강화를 강하게 요구하는 회사를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급성장하는 앤스로픽에 정부 개입은 새로운 사업 리스크가 된다. 서비스 변경을 강요받을 경우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회사는 1일 기업공개(IPO)를 신청하고 법인 대상 AI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최첨단 모델을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은 사업 전략상 타격이다. 미국 뉴욕대 게리 마커스 명예교수는 외국 국적 직원에게까지 이용을 허용하지 않는 판단에 대해 '앤스로픽의 활동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정부의 과잉 반응이다. 미국의 AI 산업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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