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상장, 우주개발과 AI 통합의 거대한 구상 제시
공모가를 135달러로 설정
스페이스X는 6월 12일 신주를 공모하는 기업공개(IPO)를 실시한다. 2025년 연간 매출은 186억7000만달러로 예상되지만 최종적으로 적자를 낼 전망이다. 다만 시가총액은 약 1조7700억달러에 달해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된다. 일론 머스크가 그리는 우주개발과 인공지능(AI)의 미래상은 투자자들의 기대치 그 자체이기도 하다.
스페이스X는 3일 로드쇼를 앞두고 공모가를 주당 135달러로 정했다. 통상 기관투자가의 수요를 살핀 뒤 가격을 정하지만, 이번에는 머스크의 구상에 거액의 프리미엄을 인정할지 투자자에게 묻는 형태가 됐다.
화성 이주와 달 거점
5월 20일 공개된 유가증권신고서에 해당하는 S-1에는 회사의 사명과 사업전략이 제시됐다. 핵심은 인류 문명이 지구에만 머무르는 데 대한 위기감이다. 스페이스X는 궁극적 목표로 니콜라이 칼다셰프가 제시한 '칼다셰프 스케일 2'를 내걸고 있다.
이는 태양의 에너지를 인류가 거의 완전히 활용할 수 있는 단계다. 우주 태양광 발전과 우주 데이터센터가 실현되면 그 단계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머스크는 지구 밖 여러 행성으로 문명을 확장하지 않으면 인류는 존속할 수 없다는 생각을 거듭 밝혀왔다.
이주 대상으로 상정한 곳은 화성이다. 화성에 100만명이 사는 도시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 규모는 머스크가 경영자로서 회사 주식 10억주에 해당하는 보상을 받기 위한 조건으로도 유가증권신고서에 적혀 있다. 세계 최대 로켓 '스타십'에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태워 선발대로 보내고, 태양광 발전과 통신 설비를 갖춘 거주 구역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그 전 단계로 달을 중계 거점으로 키우는 계획도 있다. 달 표면의 물은 연료로, 모래 같은 레골리스는 건축 자재로 활용한다. 자력으로 가속해 발사하는 달 표면 질량사출기(mass driver)를 이용해 연료와 인공위성을 저비용으로 궤도에 보내겠다는 생각이다.
AI와 우주 인프라의 결합
스페이스X는 우주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새 사업도 언급했다. 지구상의 주요 도시를 30분 만에 잇는 고속 운송, 우주여행, 미세중력 환경을 살린 제조, 소행성 자원 채굴 등이 선택지로 제시됐다.
다만 성장전략의 중심은 우주사업보다 AI다. 머스크는 자신이 이끄는 xAI를 2026년 2월 계열사로 편입해 오픈AI와 구글에 맞서는 체제를 갖췄다. 스페이스X는 우주와 AI를 결합한 성장을 노리고 있다.
상징적인 것이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이다. 지구 궤도에 AI 서버를 실은 위성을 쏘아 올려 우주 공간에서 연산을 수행한다. 빠르면 2028년에도 전용 위성 배치를 시작하고, 최종적으로는 대량의 AI용 위성으로 지구를 둘러싸겠다는 방침으로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에는 최대 100만기 발사 계획을 신청한 상태다.
머스크는 태양광을 항상 활용할 수 있는 우주야말로 전력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본다. 지상 데이터센터에서는 전력 확보가 제약이 되는 반면, 우주에서는 태양 에너지를 공짜로 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최종적으로는 연간 1테라와트 규모의 AI 연산 능력을 우주에 배치하겠다는 구상을 내세운다. 달에서 자원을 채굴하고 위성과 태양광 패널을 제조하는 계획도 그리고 있다.
반도체 대량생산과 수직통합
AI용 반도체의 대량생산에도 나선다. 머스크는 3월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공동사업으로 '테라팹' 구상을 공개했다. 연간 1테라와트급 AI 연산에 필요한 반도체를 직접 생산해 TSMC와 삼성전자 등 위탁생산 대형 업체의 공급 부족을 보완하겠다는 생각이다.
연산 자원과 데이터를 쥔 기업이 AI 경쟁을 제패한다고 보고 머스크는 수직통합을 철저히 밀어붙인다. 2022년 X 인수를 시작으로 xAI에서 기초모델 'Grok' 개발을 진행했고, 2025년에는 xAI가 X를 인수하도록 해 대량의 데이터를 흡수했다. 현재 두 회사는 스페이스X 산하에 있다.
다만 Grok의 이용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미국 조사기관 센서타워에 따르면 4월 앱 이용자는 5100만명으로, 챗GPT의 5% 수준에 그쳤다. 머스크는 X에 모이는 정보와 우주 쪽 연산 기반을 결합해 반격에 나설 태세다.
머스크 제국의 확장
스페이스X의 상장은 머스크가 보유한 여러 사업을 한꺼번에 끌어올리는 장치가 될 수도 있다. 2022년 440억달러에 인수한 X는 실적이 부진했고, xAI와 통합될 때 두 회사의 합산 가치는 2500억달러로 평가됐다. X와 xAI 투자자들은 주식 교환을 통해 스페이스X 주식을 취득했으며, IPO에서의 수익이 의식된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뿐 아니라 테슬라, 뉴럴링크, 보링컴퍼니 등도 거느린다. 관련 기업들의 합산 가치는 3조달러를 넘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에 맞먹는 규모로 커졌다. 상장 이후 사업 재편을 둘러싸고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통합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부의 집중과 지배구조 리스크
IPO가 성공하면 머스크의 부는 더욱 집중될 것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6월 2일 기준 순자산은 약 8260억달러다. 보유한 스페이스X 주식이 상장 뒤 상승하면 자산은 1조달러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한편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도 남아 있다. 스페이스X는 종류주 발행으로 상장 후에도 머스크가 의결권의 80%를 유지할 전망이다. 이 회사는 서방 국가의 로켓 발사의 80%를 차지하고, 스타링크도 위성통신에서 압도적 존재감을 갖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의 활용 사례가 보여주듯, 회사의 인프라는 안보와도 직결된다.
우주 시장 지배와 AI 사업 통합이 진전되면 머스크의 의향에 세계가 좌우될 위험은 한층 커진다. 사상 최대급 IPO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역동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과도한 권력 집중이라는 그림자도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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